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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권공모전 수상작] 성숙한 이후에,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 작성자 인권센터 인권상담실
작성일 2021-02-10    

성숙한 이후에,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

 

 

인권공모전 수상작3 정윤준

 

 

혜지는 집을 나서는 나를 부여잡고 옷깃을 여며주었다. 내 무릎에나 겨우 머리가 닿는 자그마한 아이가 나의 귀가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핑계를 대며 종종걸음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내 머릿속은 그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아픔이 가득하였다.

6살의 혜지는 소규모 아동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사는 아이다. 약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거주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볼 종사자(원장님, 보육사 등)는 두 명에 그친다. 모든 아이는 원장님을 친부모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하나같이 사랑으로 대하고 원장님은 부모님이다.’라는 믿음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아이가 시간이 흘러 초·중학교를 다닐 무렵, ‘언제 아이가 원장님과 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지모르기 때문이다. 가끔 그룹홈의 존재를 모르거나, 무심한 담임 선생님은 원장님에게 연락하지 않고, 아이에게 직접 왜 부모님과 성이 다르니?’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원장님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고, 원장님이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알며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한다.

13살의 서희는 최근에 원장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장님도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터라, 다소 서투른 방식이지만 아이와 단둘이 카페에 가서 그룹홈이 어떤 시설이고, 서희의 부모님은 왜 서희를 이 시설에 맡겼는지를 자세히 설명하셨다고 한다. 이 사실을 들은 서희의 양 뺨은 종일 눈물로 젖었다.

아이들은 원장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시설에는 매달 여러 봉사 단체가 방문하는데, 많은 봉사자들이 원장님을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 원장님이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몇 봉사 단체는 이것이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럴 때 어린아이들은 순진한 얼굴로 원장님이 뭐에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비극은 소위 봉사 귀족혹은 강제적 봉사자들에 의해 발생한다.

봉사(奉仕)’는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받들고 섬기는 것이다. 봉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 의미 그대로의 봉사자만 존재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이상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룹홈등의 아동 보호시설에서,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숙한 이후에나,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는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종종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들, 장애인들의 삶을 자신과 거리가 먼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성장기에는 누구보다 연약하고 세심하며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필자는 최소한 6살의 혜지가 13살의 서희처럼, 본인과 원장님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친부모가 누구인지 의문을 품지 않기를 바란다.

성장기 아이들은 사랑받고,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세계는 준비되지 않은 봉사자에 의해 처참히 부서지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의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권리가 있고,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또한, 시립대학교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 봉사시간 30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학우들이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 그 시설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를 알고,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언행이 상처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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