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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 고] 반말하지 말라는 것이 단지 존댓말이 듣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작성자 인권센터 인권상담실
작성일 2021-02-10    

반말하지 말라는 것은 단지 존댓말이 듣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이은선(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A 수업할 때는 존댓말을 사용하지만 대화를 나눌 때는 반말하는 교사

B 공개 수업 이외에는 모두 반말을 사용하는 교사

C 학교 행사에서 마이크를 쓸 때만 존댓말 하는 교사

 

  이러한 A, B, C 상황은 학교를 다니면 흔히 볼 수 있다. 아마도 교사 개인에 따라 사적인 자리와 공적인 자리를 나누어 존댓말과 반말을 나눠 사용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선택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맞는 일일까?

 

  과거에 비해 나이와 상관없이 초면이거나 공식석상에서 경어 등을 사용해 예의를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존재취급을 당하며 나이가 어린 사람은 반말을 듣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학교에서는 공적 공간임에도 나이가 적단 이유로 반말 등 하대를 당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교사와 학생 또는 상급생과 하급생 사이에서 나이가 적은 쪽은 존댓말을 쓰고 나이가 많은 쪽은 반말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위계가 생기는 언어 표현을 우리는 왜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 정치인이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 어린 시민

 

  몇 년 전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활동을 했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의지가 있는 시의원을 찾기 위해 무작정 시의원실로 전화를 걸었다. 흔쾌히 만남을 수락한 2명의 시의원을 만나게 되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갔는데, 한 시의원은 먼저 와 있는 손님이 있었다. 손님이 있는데도 나를 옆에 앉혀놓은 뒤, 둘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대화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조금 비밀스러운 대화처럼 들렸다. 그 상황에서 화가 난 이유는 나와의 약속에 제대로 시간을 비우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마치 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대놓고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구는 것에 너무 기분이 상했다.

 

  또 다른 시의원과의 만남도 비슷했다. 그 시의원은 교육 관련 분야의 시의원이었고, 분명 본인도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만났지만 자기는 학생인권조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현재는 유권자가 아니지만 다들 기억하고 있다가 이후에 투표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대뜸 울산에 만 18세인 인구수가 몇 명이냐고 물으며 표가 되는지 안 되는지, 앞으로의 자신이 나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지 계산할 뿐이었다.

 

  당시 나는 울산 총 학생회장단이라는 단체의 대표로서 정치인과 정식으로 만남을 요청한 것이었지만 그 시의원들은 나에 대한 예의는 전혀 갖추지 않았다. 반말은 기본이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앞에서 쉽게 하기도 했고, 나의 말을 무게를 두고 듣지도 않았다. 내가 만약 나이가 어리지 않았다면, 예를 들어 노인 단체의 대표였다면 조금이라도 성의 있게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어리면 한 단체의 대표인 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고, 딱히 시민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 어린 내가 일방적으로 정치인 아니, ‘어른에게 예의를 갖춰야 될 뿐이었다.

 

- 어린 사람을 향한 반말도 갑질로 여겨지는 사회를 바라며

 

  한국 사회에서 나이 많은 사람은 공적 자리에서도 반말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며,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에 관대하다. 우리가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나이나 신분에 따른 상하관계를 전제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야 할 의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이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예의와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는 어린 사람들이 '아랫사람'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요소이며 차별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어린 사람에게 반말을 하면 무조건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반말을 쓰지만 존중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 만일 정치인이 40대 정도인 시민에게 반말을 하면서 그 시민을 무시하는 태도는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어린 사람이 정치인에게 반말을 하면서 그래도 정치인을 존중한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되묻고 싶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어린 사람에게 반말을 쓸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반면, 어린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애초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어린 사람을 존중하려 노력한다는 나이 많은 사람도 별 생각 없이 학생에게 반말을 쓸 수도 있다. 존댓말과 반말의 사용 여부가 개인의 자질이나 태도를 평가하는 절대적 잣대가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어린 사람에게는 일방적으로 반말 등 하대를 해도 된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분명 어린 사람을 평등하게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위치시키는 차별적인 것이다. , 개개인이 문제란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반말을 해도 되는 차별적인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차별적 언어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꾸기 위한 실천 중 하나가 공적 자리에서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 사람 간에 평등한 언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는 문화를 비판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반말을 쓰는 것이 한국의 문화이지 않냐는 반문이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언어 문화가 아니다.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 질서를, 나이주의를 드러내고 재생산하는 요소이다.

 

  예컨대 일방적으로 반말을 듣는 것은 과거 한국 여성들에게도 해당되었던 문제였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친인척들의 호칭을 보면 남편 측과 아내 측 가족에게 붙여진 호칭 사이에 위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남존여비의 인식이 옅어지고 성평등을 강조하게 되면서 이러한 문화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외국 영화를 번역할 때도 여성만 존댓말을 쓰도록 옮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사라지는 추세이다. 여성을 아랫사람으로 바라보는 언어 문화를 바꾸는 과정을 겪었듯,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언어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 캠페인 포스터

 

 캠페인포스터 

 

- 나이에 상관없이 맞장토론이 가능한 사회를 바라며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이 낮춰지고 청소년 참여권 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 시민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으로나 정부 기구를 통해서나 청소년이 정책을 제안하고 공적으로 발언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평등한 시민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변화도 필요하다. 형식적으로는 같이 참석하고 있더라도, 청소년을 은연중에 아랫사람으로 보며 존중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참여는 위축되고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202012, '인권교육센터 들'이 발표한 18세 선거권 시대,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연구 보고서에도 "청소년을 가르칠 대상으로,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수직적 관계에서 시민 대 시민으로 만나는 제대로 된 토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평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관계에서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의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하며, '학생을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교육'을 청소년 시민의 주체 형성 방해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으로 청소년을 평등한 시민으로 대우하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일방이 차별받고 하대당하는 관계에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말하기 위해서, 그 목소리가 같은 크기로 들리기 위해서 어린 사람이 존중받는 일상의 언어 문화가 필요하다. 어린 사람이 사회에서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 사람을 향한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에도 맞서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학교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는 문화를 없애고 나이에 관계없이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언어 문화를 확립할 것을 제안한다.

 

* 사람들의 인증샷

 사람들인증샷1
사람들인증샷2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다양한 소식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

(https://yhrjieum.kr/)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캠페인 자료는 이슈 페이지

(https://yhrjieum.kr/campaignbase)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포스터 2차 배포는 어린이날 이전인 4월에 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 국가인권위 2020년 차별 예방 카드뉴스 중

 나이차별 국가인권위 카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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